상대방의 계략을 충분히 이해한 바탕위에서 정확하고 적절하게 자기의 계책을 실행함으로써 상대를 계략에 걸려들게 만든다. ‘병경백자’ ‘차자 借字’에 보면 “지혜와 모략을 구사할 수 없을 때는 적의 것을 빌려라”, “상대의 수단을 뒤집어 내 수단으로 삼고 저쪽의 꾀를 내 꾀로 만드는 것이 바로 적의 계략을 빌리는 것이다”고 했는데. 이것은 ‘장계취계’의 계략에 대한 가장 좋은 설명이라 할 수 있다.

　이 계략은 정치·경제·외교·군사 등과 같은 영역에서 지금까지 널리 운용되어왔다. 비교적 전형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219년, 조조의 부장 조인(曺仁)은 촉의 명장 관우의 군대에게 번성(樊城)에서 포위당하는 곤경에 빠졌다. 이때 동오의 손권은 사람을 조조에게 보내, 강릉(江陵)과 공안(公安) 두 성을 공격해서 번성의 포위를 풀자며 비밀유지를 당부했다.

　이에 조조는 측근 동소(董昭)의 건의를 받아들여 일부러 손권의 의도를 관우 쪽에 흘렸다. 포위당한 조인의 부대는 사기가 되살아났고, 관우는 머뭇거리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손권의 군대가 당도하여 강릉과 공안을 탈취하려 했고, 조조는 이런 손권의 의도를 간파하고는 교묘하게 손권의 병력으로 번성의 포위를 풀었던 것이다.

　‘삼국지연의’를 보면 가후(賈후)가 ‘장계취계’로 조조를 패배시킨 이야기가 나온다. 조조는 남양(南陽)의 장수(張繡)를 정벌하러 나섰으나 목숨을 걸고 저항하는 바람에 좀처럼 성을 공략하지 못했다.

　조조는 몸소 말을 타고 3일 동안 성 주위를 맴돌면서 대책을 강구한 끝에, 공개적으로 성의 서북쪽을 공격하겠다고 공언하고는 준비를 시켰다. 그러나 실제로는 동남쪽에서 기습을 가할 준비를 갖추라는 밀령을 내렸다. 그런데 어찌 알았으랴! 조조가 3일 동안 성 주위를 돌며 형세를 관찰할 때 성 안의 가후도 조조를 3일 내내 지켜보며 조조의 의도를 간파했을 줄을!

　가후는 장수에게 ‘장계취계’의 계략을 활용하라고 권했다. 배불리 먹은 가벼운 복장의 정예병사는 전부 성 동남쪽에 숨겨놓고, 백성들을 군사로 분장시켜 성 서북쪽에 올라가서 기를 흔들며 소리를 지르게 했다.

　조조는 이 모습을 보고 장수가 자신의 계략에 걸려들었다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조조군은 대낮에 성 서북쪽을 한바탕 요란하게 공격하는 척하다가, 밤이 되자 서서히 정예병을 이끌고 동남쪽에서 성안으로 기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과는 오히려 가후의 꾀에 걸려들어 5만여 명에 달하는 병사가 낙화유수처럼 전사하고 말았다.

　‘장계취계’가 성공할 수 있는 관건은 적의 뜻에 순순히 따르는 척하며 대세의 흐름에 따라 적이 쳐놓은 그물 밖에다 또 한 겹의 그물을 치고, 적을 자신의 계획대로 움직이게 한 다음 그물 쪽으로 빠져들게 하는 데 있다.

　‘장계취계’는 실행과정에서 겉으로는 상대의 꾀에 걸려든 것처럼 가장하고 실제로는 자기의 의도를 숨기는 계략이다.
　이 계략의 전제는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적의 꾀 위에서 다시 꾀를 부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