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는 너무나 유명한 고사로, 상대의 심리를 공격하는 전략인 ‘공심계(攻心計)’에 속한다. 이 고사는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 천하를 다투던 막바지 해하 전투에서 비롯되었다.

　사기 항우본기(項羽本紀)에는 그때의 상황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항우의 군대는 해하 아래에 성벽을 쌓았다. 군대는 줄었고 식량은 다 떨어졌다. 게다가 유방의 한군과 여러 제후들의 군대가 성벽을 몇 겹으로 포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밤이 깊어지자 사방에서 초나라의 노래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항우는 깜짝 놀라면서 “한군이 이미 초나라 땅을 점령했단 말인가? 어찌하여 초나라 사람이 이다지도 많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한신(韓信)은 ‘사면초가’의 전략으로 초나라 병사들의 향수를 부추겨 초나라 병사들의 심리 상태를 혼란에 빠뜨렸다. 병사들은 하나둘 군영을 이탈하여 도망치기 시작했다.

　고향을 떠나온 8천여 명의 아들과 형제들은 애간장을 녹이는 고향의 노래 때문에 전투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항우와 수년간 동고동락해온 장군들마저 슬그머니 말 한마디 없이 떠났다.

　심지어 숙부 항백(項伯)도 도망치듯 떠났다. 항우는 ‘사면초가’속에서 사랑하는 우희(虞姬)와 이별하고 오강(烏江)에서 칼을 뽑아 자결했다. 심리전 계략이 성공한 가장 대표적인 본보기로 ‘사면초가’는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항우와 우희의 애틋한 사랑의 노래와 함께 말이다.

　전투력과 집단 전체의 사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사기는 사병들의 정서와 관계된다. 각종 수단을 동원해서 상대의 정서를 흩어놓는 한편 아군의 사기를 고무시키는 것은 장수들이 전략을 구사할 때 늘 중시하는 내용이다.

　손자병법 구지편(九地篇)을 보면 “산지(散地-자기 땅)에서는 전투하지 말아야 하며, 경지(輕地-적의 국경에 들어가긴 했으나, 깊숙이 들어가지 않은 곳)에서는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 좀 더 설명하면 이렇다. 자기 국경 안에서 전투를 벌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집이 가깝기 때문에 병사들이 군이 죽을힘을 다해 진격하려는 마음을 갖지 않는다. 물러나도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에 군심이 흩어지기 쉽다. 또 적국의 국경 깊숙이 들어가지 않은 곳에서 머무르는 것도 옳지 않다.

　본국과 멀지 않기 때문에 집과 고향 생각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고향을 생각하는 정서가 사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예로부터 책략가들은 이 점을 매우 중시하였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는 여몽(呂蒙)이 형양(荊襄) 전투에서 이 ‘사면초가’를 모방하여 승리를 거둔 일이 기록되어 있다.
　여몽은 상대 병사들의 가족과 친척들을 동원하여 산 위에서 아들·형제들의 이름을 부르고 고함을 지르는 등 군심을 동요시켰다. 형주의 병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부모 형제를 부르며 난리 법석을 떨었다.

　군심은 이미 흩어졌고 모두 자기를 부르는 목소리를 좇아 떠나갔다. 관우는 쉴 새 없이 고함을 질러댔으나 남은 부하는 고작 3백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 천하에 위세를 떨치던 관운장도 측근들마저 모두 떠나버린, 외롭고 쓸쓸한 항우와 같은 신세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