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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 칼럼]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노사정 대화로 풀어야
  • 2018년 05월 25일(금) 08:29
전남도민일보 김경회장



올해 최저임금이 작년보다 16.4% 오르면서 기업은 물론 소상공인들조차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취약계층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기를 기대하지만 현재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기업이 실제로는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은 급료를 근로자들에게 지급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대다수 기업이 가진 복잡한 임금쳬계에서 기인한 구조적 문제다. 이 때문에 아주 고액의 연봉을 받는 대기업 근로자들조차 본봉은 최저임금 이하라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전문가들 사이에서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았으며, 현재 국회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그런데 최근 민주노총이 돌연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 21일 고용노동법안 심사 소위원회를 열어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논의에 들어갔다는 이유에서다. 획일적인 최저임금과 복잡한 임금체계의 불합리성에서 오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하자 이에 반발해 사회적 대화 불참이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 환노위 법안소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조정하는 것은 기정사실인만큼,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불참 선언은 전적으로 국회의 탓”이라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한 발 더 나아가 집회와 시위가 금지된 국회 본관 앞을 점거하고 기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민주노총의 반발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때부터 사실상 예고된 것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노사간 이해가 첨예하게 갈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최대 걸림돌이다.

재계는 매달 지급하는 정기상여금, 숙식비, 복지수당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노총은 그렇게 되면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없어진다며 산입범위 확대를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양측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숙의를 하자는 것 아닌가.

어쨌든 국회 논의과정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에는 여야가 공감대를 이뤘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서는 견해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환노위는 이달 중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결론내기로 하고 여야간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으나 선거를 앞두고 노동계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들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문제를 경총과 함께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국회는 빠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가 나선 데는 노사 양측에서 자초한 면이 크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논의가 국회로 넘어간 것은 지난 3월 최저임금위원회의 제도개선을 위한 최종 논의에서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놓고 이해 당사자인 노사가 머리를 맞대 합의안을 끌어냈다면 더할나위 없겠으나 서로 팽팽히 맞서 아무런 합의점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국회나 정부에서도 마냥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국회 환노위원장인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노동계를 향해 “지금은 결론을 내릴 때”라며 “이제 노동계도 이해할 것은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발언이다.

사실 최저임금 수준을 높이자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국민적 지지를 받은 것은 열악한 환경에서 최저수준의 생계조차 유지하기 힘든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노동자들로선 쳐다보기도 힘든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도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귀족 노조원들을 위한 것이었다면 아마도 그만한 지지는 없었을 것이다.

최저임금은 기업이 사업계획을 짜는 데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올해 우리 기업들은 지난해보다 크게 오른 최저임금으로 인해 큰 혼란을 겪었다. 이런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전향적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혜택이 정말로 필요한 근로자들에게 돌아가고 사회 전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마땅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투쟁이 아니라 대화다. 민노총은 사회적 대화 불참 결정을 철회하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야 한다.

올해 초 8년여 만에 재개된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비정규직과 여성, 청년,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을 새 주체로 맞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확대하는데 합의해 노동분야의 여러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해결 기대치를 높였다. 그런데 반년도 지나지 않아 또 파행을 겪는다면 우리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부디 민주노총은 근로자와 우리 경제 모두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회에서도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최저임금법 개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전라도일보 jlilbo@jl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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